[🎬영화 리뷰] 겟 아웃 (Get Out, 2017)-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25위
겟 아웃: 공포라는 장르로 인종주의를 해부하다
1. 프롤로그: 무서움의 얼굴이 바뀌었다
《겟 아웃》이 처음 개봉했을 때, 많은 관객은 익숙한 공포를 기대했을지도 모릅니다. 낯선 공간, 수상한 가족, 음산한 분위기. 하지만 영화는 이 모든 전형적인 장르 장치를 완전히 새로운 불편함으로 전환시킵니다. 그 공포의 핵심은 바로 ‘친절한 백인’이라는 괴물입니다. 조던 필은 이 영화를 통해 공포 장르가 사회적 메시지를 얼마나 강력하게 품을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2. 인종과 공포 – ‘겟 아웃’이라는 새 장르의 탄생
이 작품은 단순한 인종 스릴러가 아니라, 공포 장르 안에서 인종 문제를 구조화한 영화입니다. 크리스가 백인 여자친구 로즈의 집에 초대받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백인 리버럴 계층이 내포한 위선을 목격하게 됩니다. "오바마를 세 번이나 찍었어!"라는 대사는 겉으로는 진보적이지만 실제로는 무의식적인 인종차별을 행하는 구조를 드러냅니다. 공포는 괴물에서 오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온화한, 그러나 타인의 삶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됩니다.
3. ‘일상성’의 공포 – 좋은 의도란 무엇인가
조던 필이 정말로 무서운 지점을 찔러낸 이유는, 그가 묘사한 공포가 아주 평범한 일상에 기초해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 백인 가족은 ‘친절’하고 ‘관대’하게 보이지만, 그들의 모든 행동은 흑인의 몸을 수단화하고 대상화하려는 구조적 인종주의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좋은 의도’는 면죄부가 되지 않습니다. 겟 아웃은 ‘착한 차별주의자’의 허상을 찢어놓는 영화입니다.
4. 몸의 소유권 – 백색 권력의 은유
영화의 중심 장치는 ‘신체 강탈’입니다. 백인들이 흑인의 몸을 사고팔며 ‘이식’하는 설정은 단순한 SF가 아닙니다. 그것은 역사 속 노예제도, 인종차별, 문화 착취의 축약판입니다. 흑인의 육체는 상품화되고, 정신은 억압됩니다. ‘선큰 플레이스(Sunken Place)’는 물리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그러나 모든 것을 의식하고 있는 심리적 감금의 공간입니다. 이 설정은 공포를 넘어서 억압의 메타포로 기능합니다.
5. 결말 이후의 질문들 – 정말 탈출한 것인가?
크리스는 결국 탈출합니다. 하지만 관객은 그 탈출의 의미를 오래도록 되새기게 됩니다. 그는 정말 자유를 얻은 걸까요? 영화 마지막의 경찰차 불빛이 나타나는 순간, 우리는 그가 또 다른 공포에 직면할지도 모른다는 사회적 암시를 읽습니다. ‘탈출’은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로부터 벗어날 수 있느냐는 문제입니다. 겟 아웃은 결말에서도 희망보다는 의심을 남깁니다.
6. 에필로그: 조던 필, 장르의 정치학자
조던 필은 코미디언 출신이지만, 이 영화로 공포 장르의 정치학자로 거듭났습니다. 그는 장르 문법을 해체하고 재조립하여, 사회 비판의 도구로서의 공포를 정립했습니다. 겟 아웃은 단순한 스릴러가 아닌, 21세기 미국 사회를 해부하는 영화적 메스입니다. 그 웃음 없는 공포는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으며, 관객에게 질문을 남깁니다. “당신은 정말로 그 구조 바깥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오늘도 리뷰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고편 : https://youtu.be/5-H7DpEBZGo?si=2eSoubPwdCe9b7H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