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어느 가족 (Shoplifters : 万引き家族(まんびきかぞく), 2018) -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15위
1. 서론: 가족의 정의를 다시 묻는 카메라
《어느 가족》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수십 년간 천착해온 주제, 바로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집요한 탐구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18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국제적 평가를 받은 이 작품은, 일본 사회의 보이지 않는 층위를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동시에, 혈연이라는 기준 없이도 가족이 가능할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2. 본론
2.1 법적 가족 너머, 정서적 공동체의 힘
영화는 슈타타, 노부요, 그리고 리린 등 법적으로는 전혀 연관이 없는 사람들이 한 지붕 아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생계를 위해 소매치기를 하고, 사회 제도의 가장자리에 위치하지만, 서로를 감싸고 돌며 따뜻한 정을 나눕니다. 이들은 법적으로 ‘가족’이 아닐지 몰라도, 감정적으로는 그 어떤 가족보다 밀접한 관계입니다. 감독은 이런 설정을 통해 “가족은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관점을 드러냅니다.
2.2 ‘도둑’의 손끝에 스며든 인간성
아이를 훔치듯 데려온다는 설정은 도덕적으로 모순적이지만, 영화는 이를 윤리적 양가감정의 영역으로 끌어올립니다. 주인공들은 생계를 위해 절도라는 범죄를 저지르지만, 그 과정에서 버려진 존재들 간의 연대와 애정을 쌓아갑니다. 그들은 사회의 법에 어긋나지만, 인간으로서의 윤리에는 더 가까운 모습을 보입니다. 고레에다는 이러한 이중적 설정을 통해 법의 한계와 제도의 비정함을 은유적으로 비판합니다.
2.3 침묵하는 일본 사회에 대한 비판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보이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노숙자, 학대받는 아이, 연금을 속여 생활하는 노인… 이들은 일본 사회가 애써 외면해온 존재들입니다. 고레에다는 그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고발하기보다, 조용히 관찰하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합니다. 마치 사회의 침묵에 맞서는 또 하나의 침묵처럼, 그의 카메라는 결코 목소리를 높이지 않지만, 오히려 더 강한 울림을 남깁니다.
3. 결론: 함께한 기억이 곧 가족이다
《어느 가족》은 눈에 보이는 제도적 가족이 아니라, 같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생긴 정서적 유대를 진짜 가족으로 정의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소라타가 뛰는 모습을 담담히 바라보는 카메라는, 이 모든 관계가 끝났어도 남아 있는 기억의 온기를 보여줍니다. 고레에다는 이 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가 잃어버린 가족의 본질을 되찾으려 했으며, “우리는 어떤 공동체를 꿈꾸는가”라는 질문을 우리 모두에게 남깁니다.
오늘도 리뷰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고편 : https://youtu.be/LtrkFLwfbS0?si=BiAT5otbRfG0vE3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