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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텐 (ده | ten, 2002) - BBC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98위

nomard-scene 2025. 5. 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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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텐 (ده ❘ ten, 2002) - BBC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98위
텐 (ده ❘ ten, 2002)

텐 (Ten, 2002)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1. 도입: 차 안에서 펼쳐지는 세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 《Ten》은 극도로 제한된 공간, 이란 테헤란의 자동차 안이라는 밀폐된 공간 안에서 여성 운전자의 시선을 통해 열 개의 대화를 담아냅니다. 영화는 ‘단순한 대화’의 연속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이란 사회의 성별 권력 구조, 종교적 억압, 개인의 자아 찾기라는 무거운 주제가 압축적으로 녹아 있습니다. 키아로스타미는 실제 인물과 배우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 다큐멘터리적인 방식으로, 극적인 서사 없이 삶의 파편들을 모아냅니다.

2. 형식의 실험: 10개의 씬, 1개의 시선

《Ten》은 총 10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든 장면은 운전석 혹은 조수석에 고정된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촬영됩니다. 카메라가 절대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이 형식적 제한은 오히려 인물의 말, 표정, 침묵이 주는 메시지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이 형식은 키아로스타미가 추구하는 영화적 진실의 미니멀리즘의 극한이라 할 수 있으며,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허문 그의 영화 세계의 집약입니다.

3. 등장인물과 여성의 목소리

주인공은 이혼한 여성 운전자이며, 그녀의 차에 탑승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인물은 그녀의 아들로, 그는 어머니를 비난하며 가부장적인 가치관을 반영한 시선을 보여줍니다. 이 외에도 신앙심 깊은 여인, 매춘 여성, 그녀의 친구 등이 등장하여 각기 다른 삶의 목소리를 전달합니다. 이들은 이란 여성의 삶에 자리한 억압과 고뇌, 그리고 저항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이 영화의 위대함은, 이 모든 것이 격정적인 드라마가 아닌 담담한 대화를 통해 전달된다는 데 있습니다.

4.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시선: 거리 두기와 개입 사이

키아로스타미는 이 영화에서 철저히 비개입적 시선을 유지합니다. 카메라는 그저 인물의 얼굴을 담고 있을 뿐, 해설도, 판단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관객은 각 인물의 대사, 태도, 말투를 스스로 해석하게 됩니다. 이처럼 키아로스타미는 관객에게 해석의 자유를 부여하면서도, 여성의 경험을 끊임없이 전면에 드러냅니다. 이런 방식은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적 몰입 대신 윤리적 성찰을 유도하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5. 결론: 영화가 말하는 '길 위의 자유'

《Ten》은 단순한 영화가 아닙니다. 이는 하나의 열린 대화이며, 이란 여성들이 침묵 속에서 어떻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상적 선언입니다. 카메라는 정지해 있지만, 차는 끊임없이 이동하며, 이는 억압된 사회 속에서도 인간의 욕망과 의지는 멈추지 않는다는 상징으로 기능합니다. 키아로스타미는 영화 속 여성에게 방향을 주지 않고, 그 스스로 길을 찾아가도록 둡니다. 이 영화는 여성의 시선이자 저항이며, 키아로스타미 영화 세계의 절정입니다.


이 영화는 시네마 베리떼와 극영화의 경계를 허물며, 디지털 카메라를 통한 영화 형식의 혁신을 이뤄낸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2002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자, 많은 영화 평론가들에 의해 '2000년대 가장 실험적이고도 인문학적인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오늘도 리뷰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고편 : https://youtu.be/Axtnu3GRsjk?si=OIAkyqrIBz6uxiQB

Scene from "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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