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너머의 귀향 — 알모도바르의 《Volver》 리뷰
1. 돌아온 자들의 이야기
《귀향 (Volver)》은 제목 그대로 '돌아오는' 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죽은 어머니가 살아 돌아오고, 숨겨진 과거가 다시 떠오르며, 묻어두었던 진실이 다시 현재로 스며듭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특유의 색채감과 여성 중심 서사를 통해, 죽음과 삶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들며, '귀향'이라는 개념을 단순한 물리적 이동이 아닌, 감정과 기억, 용서의 여정으로 확장시킵니다.
2. 여성의 이야기, 여성의 연대
영화의 중심에는 라이문다(페넬로페 크루즈)가 있습니다. 그녀는 단순히 강인한 여성이 아니라, 고통과 비밀을 짊어진 채 사랑과 용서로 모든 것을 회복하려는 존재입니다. 영화 속 여성들은 희생자이자 생존자이며, 서로의 고통을 공유하며 연대합니다. 알모도바르는 남성의 시선을 배제하고, 여성들의 관계망 안에서 모든 갈등과 해소가 이뤄지게 만듭니다.
“남성은 죽고, 여성은 귀향한다.”
3. 죽음과 환영, 유령과 진실
《귀향》은 유령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알모도바르의 유령은 공포를 유발하는 존재가 아닌, 미처 전하지 못한 말을 전하기 위해 돌아온 자들입니다. 돌아온 어머니는 사죄와 화해를 위해, 그리고 자신이 지켜주지 못했던 딸의 삶을 위해 귀환합니다. 이는 스페인 시골 마을의 민속적 정서와도 맞닿아 있으며, 죽음이 삶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계기임을 말합니다.
4. 알모도바르의 색채와 사운드
영화는 시각적으로도 강렬합니다. 붉은색은 생명과 열정, 피와 분노를 동시에 상징하며, 파란 하늘과 대비되어 시골 마을의 감정을 증폭시킵니다. 또한 라이문다가 부르는 탱고 “Volver”는 영화 전체의 감정선을 압축한 순간으로, 음악이 단순한 배경을 넘어 플롯의 일부가 되는 지점을 보여줍니다. 알모도바르는 영화 속 감정의 진폭을 시각과 청각 모두로 채워넣습니다.
5. 결론: 돌아간다는 것의 의미
《귀향》은 과거의 상처와 마주하고, 그것을 껴안으며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에서 돌아감은 후퇴가 아니라 회복이며, 귀향은 용기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알모도바르는 죽음을 말하면서도 생을 찬미하고, 고통을 그리면서도 따뜻함을 놓지 않습니다. Volver, 그건 결국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시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일입니다.
“우리가 진짜로 돌아가야 할 곳은, 그때 말하지 못한 감정이 머물고 있는 그 자리다.”
오늘도 리뷰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고편 : https://youtu.be/ABSvppyQGdE?si=dr89BsFLdufyvz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