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아름다움의 껍질 아래, 삶의 질문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그레이트 뷰티》는 시처럼 흘러가는 영화입니다. 제프 감바르델라라는 한 남자의 시선을 통해 로마의 화려함과 그 안에 담긴 공허를 동시에 보여주며, 관객에게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묻습니다. 영화는 찬란한 색감, 음악, 공간, 인물 모두를 통해 예술적이고 시적인 분위기를 창조하며,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고 삶과 죽음, 청춘과 노년, 육체와 정신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유도합니다.
2. 로마라는 무대: 폐허와 영광의 공존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로마입니다. 밤이든 낮이든 로마는 항상 생기와 죽음이 동시에 머무는 공간으로 묘사됩니다. 베르니니의 조각처럼 우아한 구조물들이 배경을 이루고, 폐허가 된 성당과 뒷골목에는 잊힌 시간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로마는 영화 속 인물들의 내면처럼, 아름답지만 퇴폐적인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제프는 이 도시에서 수십 년을 살면서도 여전히 삶의 본질을 찾아 헤매며, 우리가 사는 도시와 우리가 사는 삶 사이의 간극을 들춰냅니다.
3. 제프의 내면 여행: 삶을 관조하는 늙은 예술가
주인공 제프는 65세의 작가입니다. 젊은 시절 출간한 소설 한 편으로 명성을 얻은 후, 더 이상의 집필 없이 파티와 사교 생활에 빠져 살아온 그는 점점 자신의 인생에 허기를 느끼게 됩니다. 제프의 회상은 과거의 연인, 잊힌 감정, 죽은 친구들로 가득 차 있으며, 그는 늦은 나이에 진정한 감정을 찾으려 합니다. 이는 단지 중년의 위기나 개인적인 회한이 아니라, 인간이 누구나 맞닥뜨리는 ‘삶의 허무’에 대한 보편적인 질문입니다. 그는 물어봅니다. “이 아름다움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가?”
4. 인간의 허무와 아름다움에 대한 철학
영화 속에는 종교인, 예술가, 연예인, 고위 정치인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제프의 삶과 대조됩니다.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지만, 대부분은 헛된 외양과 허무 속에서 살아갑니다. 수녀의 침묵, 예술가의 자기연민, 무의미한 미디어 인터뷰 등은 현대 사회의 공허함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소렌티노는 ‘진짜 아름다움’은 화려함이 아니라 조용히 흐르는 삶의 진실한 순간에서 발견된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5. 형식과 스타일: 페데리코 펠리니의 후계자답게
《그레이트 뷰티》는 연출 방식에서도 극히 독창적입니다. 카메라는 유영하듯 인물들 사이를 부유하며, 음악은 이탈리아 오페라에서 현대 전자 음악까지 아우릅니다. 의상, 건축, 춤, 조명 등 모든 요소가 정교하게 짜인 하나의 시적 서사처럼 작동합니다. 이는 페데리코 펠리니의 《달콤한 인생》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소렌티노만의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된 결과입니다. 꿈과 현실, 기억과 현재가 뒤섞이는 이 영화의 리듬은 관객을 명상적인 세계로 인도합니다.
6. 결론: ‘위대한 아름다움’은 무엇이었는가
제프는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 자신이 찾고자 했던 ‘위대한 아름다움’이 찰나의 기억, 하나의 눈빛, 사랑했던 사람의 웃음 속에 존재했음을 깨닫습니다. 우리는 영화의 화려한 파티와 시적인 영상, 쓸쓸한 독백을 따라가면서, 결국 그가 도달한 조용한 해답에 공감하게 됩니다. 《그레이트 뷰티》는 삶의 진실이란 어쩌면 매우 단순하고, 작고, 조용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성찰을 남깁니다. 그리하여 관객은 마침내 이 영화가 던진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우리 삶에서 진짜 아름다움은 무엇이었을까?"
오늘도 리뷰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고편 : https://youtu.be/IWOpdIBEpBo?si=yfvfdDe9kJnKHT2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