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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리뷰] 러시아 방주 ((Russian Ark,2002) -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55위

by nomard-scene 2025.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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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러시아 방주 ((Russian Ark,2002) -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55위
러시아 방주 ((Russian Ark,2002)

시간을 걷는 하나의 숨결 – 알렉산드르 소쿠로프의 《러시아 방주》

1. 영화인가, 꿈인가 – 단 한 번의 숨결로 완성된 96분

《러시아 방주(Russian Ark)》는 영화 역사상 가장 대담한 형식 실험 중 하나로 기억됩니다. 이 영화는 2002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미술관 안에서 단 한 번의 롱테이크로 96분간 촬영되었습니다. 끊김 없이 이어지는 이 유영은 시간의 흐름, 기억의 혼란, 역사적 회귀를 마치 무의식처럼 체험하게 만듭니다. 알렉산드르 소쿠로프 감독은 카메라를 단순한 기록 장비가 아닌 ‘기억의 선율’로 바꾸어놓았습니다.

2. 방주(Ark) 속을 거니는 자, 그리고 안내자

이 영화의 화자는 죽음에서 깨어난 듯한 자의 시선으로, 러시아의 역사를 마주합니다. 그리고 이 미지의 화자와 함께 미술관을 떠도는 인물은 19세기 프랑스 귀족이자 작가인 마르키 드 큐스틴. 그는 유럽의 시선으로 러시아를 평가하며, 역사적 순간들을 때론 경멸하고 때론 경외합니다. 이 두 명의 인물은 러시아 내면의 분열과 외부의 오해를 동시에 상징하며, 마치 유령처럼 시간을 가로질러 유영합니다.

“당신은 러시아를 이해하지 못해요.” – 익명의 화자

3.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 미로다

영화는 러시아 제국의 황금기부터 소비에트 혁명기, 제2차 세계대전 직후까지 300년 러시아 역사의 파노라마를 펼쳐냅니다. 방대한 인물 군상과 사건들이 순차적이거나 논리적으로 구성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의식의 흐름처럼, 어떤 순간은 아름답고, 어떤 순간은 어둡고 무겁습니다. 관객은 혼란을 느끼면서도, 그 혼란 속에서 하나의 공통된 정서를 만납니다. 바로 소멸과 지속</strong이라는 감정입니다.

4. 역사와 예술의 융합 – 살아있는 미술관

《러시아 방주》는 영화이자 미술, 연극, 문학이 총체적으로 결합된 하나의 예술입니다. 수많은 배우들이 등장하고, 시대 복식과 언어가 충실히 재현되며, 관객은 마치 살아있는 미술관 안을 걷는 느낌을 받습니다. 특히 차르 니콜라이 1세와 황후들, 예카테리나 대제, 푸시킨, 톨스토이 등의 실존 인물들이 언뜻 스쳐 지나가며, 영화는 역사적 사실보다 기억의 단편으로 기능합니다.

5. 마지막 장면 – 춤과 함께 침몰하는 제국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19세기 말 제정 러시아의 황실 무도회입니다. 그곳에는 찬란함과 퇴폐, 생명력과 쇠망이 공존합니다. 긴 롱테이크 속에서 춤은 점점 고조되고, 카메라는 서서히 에르미타주를 벗어나 눈 덮인 외부 세계로 빠져나갑니다. 방주는 더 이상 보호의 장소가 아닙니다. 그것은 이제 침몰을 앞둔 제국의 유물이며, 우리는 그것을 보며 러시아의 과거와 현재를 마주하게 됩니다.

“러시아는 배였다. 그 배는 바다로 나아갔다. 그러나 어디에도 도착하지 못했다.”

6. 결론 – 영화적 실험, 그리고 철학적 회고

《러시아 방주》는 단순한 역사 영화도, 기술적 도전만의 결과도 아닙니다. 이 작품은 러시아라는 거대한 문명의 정체성을 묻는 철학적 선언이자, 카메라로 구현된 시간의 미학입니다. 단 한 번의 촬영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단 한 번에 이해할 수 없는, 그러나 반복해서 마주할수록 더욱 깊은 울림을 주는 예술 작품입니다. 러시아의 정체성과 예술, 기억과 상실을 성찰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영화는 하나의 ‘방주’가 되어줄 것입니다.

 

오늘도 리뷰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고편 : https://youtu.be/ZV1kphEEXn8?si=nHZqAFqWKzWA3bpf

Russian Ark - Official Tra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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