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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리뷰] 와시푸르의 갱들 (Gangs of Wasseypur, 2012) -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59위

by nomard-scene 2025.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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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와시푸르의 갱들 (Gangs of Wasseypur, 2012) -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59위
와시푸르의 갱들 (Gangs of Wasseypur, 2012)

피와 유머, 복수의 대서사시 — 《와시푸르의 갱들》 리뷰

1. 장르를 찢고 나온 인도식 갱스터 오페라

《와시푸르의 갱들》은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닙니다. 70년에 걸친 가족 간의 피의 복수극, 정치와 범죄의 결탁, 사운드트랙의 묘미, 그리고 블랙 코미디까지 모두 껴안은 괴물 같은 작품입니다. 감독 아누락 카시압은 이 영화를 통해 인도 범죄 영화의 경계를 확장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인도 비하르주의 실존 마피아와 석탄 마피아 간의 분쟁을 바탕으로, 이 영화는 실제 사건을 거의 서사시처럼 극화합니다. 무려 5시간 2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두 편에 걸쳐 펼쳐지며, 넓은 스펙트럼의 캐릭터들이 차례차례 등장하고 퇴장합니다.

2. 비극과 유머가 공존하는 세계

이 영화의 독특함은 피의 복수극 속에서도 농담이 흐른다는 것입니다. 갑작스럽게 터지는 총격, 다소 우스꽝스러운 죽음, 마치 삶 자체가 우연과 엇갈림으로 이뤄진 듯한 리듬이 이 영화에 뿌리박혀 있습니다.

“와시푸르의 세계에서는 죽음조차 리드미컬하다.”

주인공 사다르 칸이 TV 속 히어로처럼 떠받들어지면서도, 실제론 바람기 많고 허술한 인물이라는 설정은 이 세계의 아이러니를 보여줍니다. 폭력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이 유쾌한 방식으로 제기됩니다.

3. 수십 명의 등장인물과 얽힌 핏줄의 카르마

《와시푸르의 갱들》은 가계도 없이 보기 어려운 영화로도 유명합니다.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서로 얽히고설켜 복수를 거듭합니다. 하지만 이 혼란스러운 흐름 속에서도 ‘핏줄이 물을 이긴다’는 정서가 영화를 관통합니다.

아버지의 복수를 다짐한 아들이, 그 아들의 아들이 다시 복수에 나서는 구조는 셰익스피어적이기도 하며, 동시에 인도의 전통적인 가족 드라마적 구성을 따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복수는 점차 개인적 의미를 상실하고, 관성처럼 반복되는 폭력으로 변질됩니다.

4. 음악, 영상, 현실의 묘한 삼중주

사운드트랙은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때로는 긴장감을 폭발시키고, 때로는 장면을 비꼬는 듯한 아이러니를 자아냅니다. 민속 음악부터 볼리우드식 선율까지 시대적 배경과 감정의 온도를 오롯이 전달하는 음악 연출은 걸작에 걸맞은 품격을 더합니다.

카메라는 때로는 거리낌 없이 피와 살을 잡아내고, 때로는 아름다운 들판이나 결혼식 장면에서 갑작스러운 총성이 울리게 함으로써 삶과 죽음이 얼마나 근접해 있는지를 무심히 말합니다.

5. 결론: 이보다 더 인도스러운 서사는 없다

《와시푸르의 갱들》은 단순한 갱스터 무비도 아니고, 단순한 실화극도 아닙니다. 이것은 인도 현대사의 축소판</strong이며,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인간 군상의 욕망과 한계입니다. 야망, 사랑, 복수, 배신, 죽음,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인도 영화의 DNA 자체처럼 보입니다.

방대한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그것이 마치 폭력과 유머, 전통과 근대, 가족과 권력을 모두 품은 하나의 ‘서사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이 세계에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아직 인도 영화를 본 적 없다면, 이 작품으로 입문해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이미 인도 영화를 좋아한다면, 이 작품은 반드시 보아야 할 하나의 ‘성전’과도 같습니다.

 

 

오늘도 리뷰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고편 : https://youtu.be/9ZpPQdrHfl8?si=rOTbnppGe2yFFMKA

Gangs of Wasseypur Theatrical Trailer | Manoj Bajp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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