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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리뷰]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 (Stories We Tell, 2012) - BBC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70위

by nomard-scene 2025.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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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 (Stories We Tell, 2012) - BBC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70위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 (Stories We Tell, 2012)

1. 서문: 누구의 이야기인가?

세라 폴리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는 단순한 가족의 비밀을 드러내는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이야기란 무엇이며, 진실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실험적인 영화입니다. 세라 폴리는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가족사를 다루면서도, 관객에게 이야기의 주체는 누구이고,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이 무엇인지 묻습니다. 누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가? 이 영화는 곧 그 질문으로부터 시작됩니다.

2. 가족의 기억, 각자의 진실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는 세라 폴리의 어머니인 다이앤 폴리의 삶을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다이앤은 젊고 매력적인 여성으로, 배우였으며 삶의 여러 순간을 뜨겁게 살아간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세라가 어릴 적 세상을 떠났고, 그 이후 남겨진 가족들의 기억 속에서 그녀는 조금씩 다르게 그려집니다. 각기 다른 시선으로 기억된 다이앤의 모습은 관객에게 "어떤 기억이 진실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남깁니다.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된 이 영화는 아버지, 형제자매, 친구 등 다양한 인물들이 다이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마치 퍼즐 조각처럼 그녀의 삶을 완성해갑니다. 하지만 그 조각들은 완전히 맞아떨어지지 않고, 그 틈에서 이야기의 진실성은 더욱 모호해집니다.

3. 재연과 픽션: 영화는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이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형식적 실험은 바로 재연 장면의 활용입니다. 관객은 초반에는 그 장면이 실제 아카이브 영상이라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이 배우들이 연기한 장면임을 깨닫게 되며, 이 장면들은 영화가 얼마나 정교하게 진실과 허구 사이의 경계를 흐리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세라 폴리는 이를 통해 관객에게 영화란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는 매체인가를 되묻습니다. 특히, 아버지 마이클 폴리가 낭독하는 내레이션은 영화의 서사를 이끄는 강력한 장치이지만, 이 역시 감독이 작성한 대본을 따라 읽는 것이라는 점에서 메타적 아이러니를 보여줍니다.

4. 어머니 다이앤을 중심으로: 결핍된 존재의 목소리

흥미로운 점은, 영화의 중심에 놓인 인물인 다이앤은 정작 영화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녀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타인의 기억과 해석을 통해 재구성됩니다. 이 부재한 존재는 오히려 영화 전체를 강하게 지배합니다. 다이앤의 삶을 살아남은 자들이 어떻게 재현하고 소비하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보다, 사람들은 그녀를 어떻게 기억하고 싶은지를 보게 됩니다. 이 점에서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는 단지 과거를 복원하는 영화가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들이 결핍을 마주하고 이를 채워나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5. 이야기하는 자의 책임: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타 메시지

세라 폴리는 이 영화에서 감독이자 딸, 그리고 이야기꾼으로서 세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그녀는 가족을 카메라 앞에 세우고, 때로는 불편한 질문을 던지며 자신이 이야기의 주도권을 쥐고 있음을 인식하게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자신의 영화적 권력을 성찰하며 메타적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이야기를 구성하고 편집하는 자의 책임을 묻습니다. 이는 단순한 가족 드라마를 넘어선, ‘이야기’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성찰로 이어집니다. 진실은 한 사람이 독점할 수 없으며, 오히려 다양한 관점이 충돌하는 가운데 발생한다는 메시지가 영화의 핵심입니다.

6. 결론: 누구나 이야기를 만든다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는 한 여성의 삶에 대한 다큐멘터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야기하는 모든 인간, 나아가 관객 자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모두 이야기꾼이며,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그 기억을 재구성하며 살아갑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가족의 고백이 아닌,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구성하는지를 보여주는 메타적 예술작품입니다. 세라 폴리는 한편의 영화로, “이야기”라는 인간 행위의 본질을 꿰뚫어보았습니다.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는 말 그대로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의 힘을 다시금 상기시켜주는 영화입니다.

 

오늘도 리뷰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고편 : https://youtu.be/iQwyYtENKfM?si=Ld-aineH_DIc7aQb

STORIES WE TELL - Tra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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