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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리뷰] 타부 (Tabu, 2012) - BBC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71위

by nomard-scene 2025.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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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타부 (Tabu, 2012) - BBC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71위
타부 (Tabu, 2012)

1. 서론: 사라진 세계에 대한 애도

미겔 고메스 감독의 영화 <타부>는 2012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큰 주목을 받은 작품으로, 단순한 스토리 이상의 깊이 있는 영화적 탐구를 시도합니다. 영화는 2부 구성으로 나뉘며, 각각 '낙원 잃은 자들'과 '낙원'이라는 제목을 통해 고전적 구조와 실험적 형식을 절묘하게 혼합합니다. 이 영화는 1930년대 아프리카 식민지와 현대 리스본이라는 두 시공간을 오가며, 잃어버린 시간과 사랑, 그리고 기억의 망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2. 줄거리: 두 개의 시간, 하나의 감정

영화는 중년 여성 필라가 리스본에서 살아가는 삶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필라는 외로운 이웃 아우로라를 돌보며 그녀의 기이한 행동에 당혹감을 느끼지만, 아우로라가 임종 직전 부탁한 ‘잔 베르탕’을 찾아가면서 이야기는 전환점을 맞습니다. 후반부는 잔의 내레이션을 중심으로 펼쳐지며, 아우로라의 젊은 시절, 아프리카에서 벌어졌던 금지된 사랑의 기억이 펼쳐집니다. 이 시점에서 영화는 완전히 무성 영화 형식에 가까운 연출로 전환되며, 마치 오래된 꿈이나 잊힌 전설을 들려주듯 관객을 시간 밖의 세계로 이끕니다.

3. 미장센과 촬영기법: 시간의 파편들

고메스 감독은 흑백 35mm 필름을 사용하여 <타부>에 고전 영화의 질감을 부여합니다. 전반부의 리스본은 정적인 프레이밍과 정갈한 구도 속에서 근대 도시의 무력감을 드러내고, 후반부 아프리카는 격렬한 카메라 워크와 아름다운 자연 풍광 속에 금기된 사랑의 열정을 담아냅니다. 특히 대사가 사라지고 내레이션과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표정과 동작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은, 영화를 감각적으로 수용하도록 유도하며 무성 영화 시절의 정서를 현대적으로 복원합니다.

4. 테마와 메시지: 기억, 식민주의, 낭만주의의 해체

<타부>는 단지 한 노년 여성의 과거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유럽의 식민주의 역사에 대한 반성적 시선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낙원'이 실제로는 타인의 고통 위에 세워진 신기루였음을 은유적으로 드러냅니다. 동시에 감독은 인간의 기억이 어떻게 과거를 미화하고, 죄책감조차 낭만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잔의 내레이션은 진실을 말하는 듯하면서도, 그의 감정이 개입된 개인적 기억이라는 점에서 의심을 품게 만듭니다.

5. 결론: 소멸하는 감정에 대한 시

<타부>는 이야기보다 감각, 메시지보다 정조에 초점을 맞추는 시적인 영화입니다. 감독은 고전적인 영화 기법과 현대적 감수성을 혼합하며, 이질적인 시공간을 하나의 감정선으로 꿰어냅니다. 아우로라의 얼굴 위로 쏟아지는 빛, 아프리카의 물결치는 대지, 리스본의 정적인 실내 풍경—이 모든 이미지들은 마치 사라진 세계의 파편처럼 다가오며, 관객으로 하여금 감정의 깊이를 새롭게 일깨웁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복원하고자 하는 이 영화는, 결국 우리가 기억하는 방식과 그 기억이 남기는 잔향에 대한 아름답고도 쓸쓸한 송가입니다.

 

오늘도 리뷰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고편 : https://youtu.be/JsZM6h7TVjw?si=EP30eKcJjmnVy_7I

Tabu (2012) | Trailer | Telmo Churro | Miguel Gomes | Hortêncílio Aquina | Miguel G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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