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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리뷰] 비포 선셋 (Before Sunset, 2004) - BBC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73위

by nomard-scene 2025.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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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비포 선셋 (Before Sunset, 2004) - BBC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73위
비포 선셋 (Before Sunset, 2004)

영화 리뷰: 비포 선셋 (Before Sunset, 2004)

Session 1: 프롤로그와 재회의 의미

1995년 빈에서의 만남 이후 9년. 제시와 셀린은 ‘우연한’ 재회를 통해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링클레이터는 이 재회를 단순한 로맨틱 장치로 처리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재회’는 멈춰 있던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하는 것이고, 동시에 각자의 삶에서 눌러왔던 감정들을 마주하게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제시는 작가가 되어 파리로 투어를 왔고, 셀린은 그 북사인회 현장에서 그를 찾아옵니다. 영화의 첫 장면은 우리가 얼마나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 조심스럽게 터치합니다. 카메라는 그저 따라갈 뿐입니다. 인물들의 감정과 표정, 대사의 미묘한 숨결을 놓치지 않으면서 우리는 한 도시의 풍경과 한 쌍의 감정이 맞물리는 순간들을 지켜보게 됩니다.

이 재회는 사랑의 재확인이라기보다, 한때 사랑했으나 끝내 함께하지 못했던 두 사람이 자신들의 과거와 감정에 다시 발을 들이는 과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 순간이 낭만적이라기보다 불안정한 긴장감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 이 영화를 더 특별하게 만듭니다. 특히 그들이 나누는 첫 몇 마디는 부드럽지만, 속에는 서로의 상처에 대한 은근한 물음과 복잡한 감정이 녹아 있습니다.

Session 2: 대화라는 시간의 미학

‘비포 선셋’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전부가 ‘대화’로 구성된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릅니다. 대화가 단순한 말의 교환이 아닌, 시간의 회복이고 잃어버린 순간에 대한 사유입니다.

영화 내내 둘은 파리의 거리, 책방, 카페, 보트를 이동하며 끊임없이 말을 나눕니다. 이 대화는 시간에 대한 복원적 기능을 가집니다. “왜 우리는 그때 만나지 못했을까?”, “왜 나는 편지를 받지 못했지?”, “그때의 우리 감정은 진짜였을까?” 같은 질문들이 반복되며, 대화는 현재를 향하는 듯하지만 결국 과거를 복원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링클레이터는 이 대화를 통해 단지 연애 감정의 부활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는 ‘말을 건넨다는 것’ 자체가 가지는 철학적 의미, 그리고 진심 어린 소통이야말로 인간 관계의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제시와 셀린은 ‘말’을 통해 시간을 잇고, 감정을 드러내고,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자신을 이해하려 합니다.

Session 3: 파리라는 배경과 현실의 경계

영화의 배경인 ‘파리’는 단지 아름다운 도시가 아닙니다. 오히려 영화 속 파리는 너무나 현실적인 공간입니다. 사람들, 차 소리, 카페에서 일어나는 일상들… 하지만 동시에 이 배경은 두 인물의 대화를 통해 환상과 회상의 공간으로 변화합니다.

링클레이터는 극도로 현실적인 방식으로 파리를 묘사하면서도, 관객으로 하여금 점점 영화가 현실을 벗어나는 감각을 느끼게 합니다. 이는 곧 두 인물이 점점 더 솔직해지고, 감정을 여는 과정과 맞닿아 있습니다. 대화의 톤이 초반에는 가볍고 웃음이 섞였다면, 중반을 넘어가며 점점 심각하고, 깊은 후회와 그리움으로 채워지는 장면이 인상 깊습니다.

“난 그날 이후로 삶이 무의미했어.”, “너와의 하룻밤이 내 인생의 전부였던 것 같아.”
그런 고백들이 하나씩 쏟아져 나오며, 우리는 제시와 셀린의 과거가 얼마나 현재를 잠식하고 있었는지 알게 됩니다.

영화의 배경과 감정의 흐름이 완벽히 맞물리는 순간은, 영화의 정점에서 ‘시간’이라는 개념이 느슨해지는 바로 그 시점입니다. 그때 우리는 과거와 현재, 감정과 이성이 모두 뒤엉킨 아름다운 무중력 상태를 체험합니다.

Session 4: 결말의 여운과 영화가 남긴 질문

‘비포 선셋’의 결말은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열린 결말’ 중 하나입니다. 셀린의 아파트에 도착한 제시는 그녀가 노래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난 비행기를 놓치겠네.”라고 말합니다. 영화는 그 순간, 아무런 해답도 주지 않은 채 끝납니다.

이 열린 결말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제시는 돌아갈까? 아니면 남을까? 두 사람은 다시 사랑할까? 혹은 이 감정은 단지 순간의 감정일 뿐일까?

링클레이터는 해답을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이 이야기의 진정한 가치를 강화합니다. 그것은 단지 '결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공유했던 ‘시간’, ‘대화’, ‘정서’의 축적이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영화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만약 당신이 그날, 그 사람을 다시 만났다면?"
그리고 그 질문은 단지 사랑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인생에서 다시 마주할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애도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비포 선셋’은 감정의 깊이, 인간의 상처, 관계의 미묘함을 건드리는 동시에, 우리 모두에게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위로를 전하는 작품입니다.

[비포 선셋]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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