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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리뷰] 잠수종과 나비 (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 2007) - BBC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77위

by nomard-scene 2025.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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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잠수종과 나비 (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 2007) - BBC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77위
잠수종과 나비 (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 2007)

잠수종과 나비 (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 2007) 리뷰

1. 서론: 눈동자로 쓴 자서전

《잠수종과 나비》는 루이 비통의 프랑스판 엘르 편집장이었던 장 도미니크 보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감독은 화가이자 영화감독인 줄리안 슈나벨, 촬영은 얀누스 카민스키가 맡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단순한 인물의 회고록이 아니라, 전신마비 상태에서도 살아 움직이던 그의 정신 세계를 섬세하고 혁신적으로 그려낸 시각적 자서전입니다.

2. 줄거리: 잠수종 속에 갇힌 영혼, 날개를 꿈꾸다

장 도미니크 보비(줄여서 '장도')는 43세의 성공한 잡지 편집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작스레 락트 인 증후군(Locked-in Syndrome)으로 전신이 마비됩니다.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그의 왼쪽 눈꺼풀 하나뿐이었죠.

장도는 전문 언어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알파벳을 하나하나 선택해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눈 깜빡임으로 써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영화는 이 전기적 경험을 1인칭 시점 카메라를 활용해 재현하며, 관객을 장도의 의식 속으로 완전히 이끌어들입니다. 처음엔 그를 가둔 잠수종처럼 갑갑하지만, 점점 그는 자신의 기억과 상상, 그리고 글쓰기를 통해 마치 나비처럼 자유롭게 비상합니다.

3. 영화적 언어: 시선의 감옥, 마음의 날개

슈나벨 감독은 이 영화를 단순한 전기영화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는 장도의 '시선'이라는 제한된 틀 안에서, 무한한 시청각적 가능성을 탐구합니다.

초반부 20분은 거의 전부가 1인칭 주관적 시점으로 촬영됩니다. 장도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게 되는 우리는, 카메라의 움직임 하나하나, 빛의 흐림과 초점의 흔들림까지도 그의 감정으로 해석하게 됩니다. 관객은 점점 장도의 감옥 속으로 들어가고, 동시에 그 감옥의 틈을 통해 새어 나오는 생명력을 목격하게 되죠.

중후반으로 갈수록 영화는 장도의 기억, 상상, 미망과 현실을 넘나들며 시적인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과거의 연인, 어린 시절의 해변, 아버지와의 통화 같은 장면들은 현실을 벗어난 자유의 상징처럼 다가옵니다.

4. 글쓰기의 윤리: 마비된 육체 위에 새겨진 의지

《잠수종과 나비》는 단지 감동적인 회복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글쓰기와 주체성, 그리고 인간의 표현 욕망에 대한 영화입니다. 장도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방식으로 글을 씁니다. 알파벳 순서를 외우고, 그 중 원하는 문자가 나올 때마다 눈을 깜빡입니다. 이 놀라운 행위는 단지 기록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행위입니다.

그가 말하고 싶어했던 것들은 단지 병의 고통만이 아닙니다. 그는 여전히 사랑을 기억하고, 유머를 잃지 않으며, 미학과 감정을 이야기합니다. 그가 육체의 갇힘 속에서 정신의 해방을 꿈꿨기에, 관객도 자연스럽게 삶이란 무엇인가를 묻게 됩니다.

5. 결론: 잠수종을 벗고, 나비처럼 날다

잠수종과 나비는 단순한 병실의 드라마가 아니라, 인간 의식의 시적 초상입니다. 한 사람의 시선에 갇힌 영화가 어떻게 관객의 상상력을 무한히 확장시킬 수 있는지를 증명합니다. 시청각적으로는 절제되어 있지만, 오히려 그 절제 덕분에 우리는 더 깊이 그의 내면으로 침잠하게 됩니다.

줄리안 슈나벨은 화가로서의 감각을 발휘해, 화면 하나하나를 정서적 캔버스로 만들고, 얀누스 카민스키의 카메라는 그 위에 잔잔하지만 강한 감정을 덧씌웁니다. 장 도미니크 보비가 잠수종을 벗고 나비처럼 날아오르듯, 이 영화 역시 무거운 주제를 품고도 아름답고 가볍게 날아오릅니다.

우리는 결국 장도의 눈을 통해 세상을 다시 보게 됩니다. 그리고 조용히 깨닫게 됩니다.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오늘도 리뷰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고편 : https://youtu.be/UjTNFY_Ztn8?si=5on1sl3HJfmBqegT

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 / Le Scaphandre et le papillon (2007) - Trailer English Su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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