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택시운전사>

택시운전사

택시운전사 김만섭의 시선으로 본 광주의 진실

1980년 5월, 서울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는 김만섭(송강호)은 밀린 월세와 생활고에 허덕이며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먼저 잃고, 어린 딸을 키우며 매일같이 손님을 태우고 돈을 벌어야 하는 삶엔 가장의 무게가 늘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운전하던 택시 안에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뉴스를 듣게 됩니다. 뉴스에서 나오는 소식은 "광주 지역 일부 시민들이 불법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라는 다소 급박한 뉴스였습니다. 하지만 김만섭은 그 뉴스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에게 중요한 건 오직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우연히 다른 택시기사들이 하는 말을 엿듣게 되는데, "외국 기자가 광주 가자고 하는데, 갔다 오면 10만 원 준대!" '10만 원'이라는 소리가 김만섭의 귓가에 울렸습니다. 그 돈이면 밀린 월세도 낼 수 있고, 딸에게 새 신발도 사줄 수 있다는 생각이 김만섭의 마음을 두드렸습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외국 기자를 태우고 광주에 가기로 마음을 먹게 됩니다."그냥 광주 갔다가 바로 돌아오면 되는 거잖아?" 그는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라는 외국 기자를 태우고 곧장 광주로 출발합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가 무엇을 목격하게 될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서울을 출발한 후, 차 안에서 위르겐 기자는 김만섭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서울 시민들은 광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나요?", "아뇨, 뉴스에선 별일 없다고 하던데요?" 김만섭의 말처럼, 그 당시 뉴스에서는 '광주는 조용하다'고만 보도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도착한 광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거리는 텅 비어 있었고, 군인들이 곳곳에서 검문을 하고 있었습니다. 김만섭의 마음은 점점 불안해져 갔습니다. 그 순간, 그들은 거리에서 군인들에게 구타당하는 대학생들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는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살려주세요!", "조용히 해! 가만히 있으면 안 죽어!" 그 순간 위르겐 기자가 들고 있는 카메라를 다시 보게 된 김만섭은 그제서야 광주에서 무언가 잘못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도청 근처에서 계엄군이 시민들을 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김만섭은 믿을 수 없었습니다. "탕! 탕!", "도와주세요!" 무자비한 군홧발 아래 시민들이 피를 흘리고 쓰러지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위르겐 기자는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지만, 김만섭은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이거 찍으면 어떻게 돼요?", "세계가 광주의 진실을 알게 될 거예요." 이 장면은 평범한 김만섭이 역사적 진실과 마주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본 것을 외면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어 김만섭은 광주 시민들에게 도움을 받게 됩니다. 특히, 광주 택시기사 황기사(유해진)는 그들을 숨겨주고 길을 안내해 주기까지 합니다. "서울에서는 우리 광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거 알아요?", "…몰랐어요." 김만섭은 서울에서는 전혀 듣지 못했던 광주의 현실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점점 심경의 변화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김만섭은 처음에는 단순한 돈벌이로 광주에 왔지만, 점차 광주의 아픔을 이해하게 됩니다. 도청 앞, 군인들은 시민들을 향해 총을 쏩니다. "탕! 탕!", "살려주세요!" 김만섭은 본능적으로 시민들을 택시에 태우고 병원으로 향합니다. "아저씨, 저희 좀 살려주세요!", "일단 타! 빨리 타라고!" 그는 이제 단순한 목격자가 아니었습니다. 직접 광주 시민들을 돕는 사람이 되었고, 더 이상 방관자가 아니라 그는 역사 속에서 직접 행동하는 인물로 변화하였습니다.

 

평범한 사람이 역사 속에서 성장하는 과정

광주 도심 한복판에서 김만섭은 점점 커져 가는 폭력과 학살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게 되면서 두려움이 엄습해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가 원한 건 단순히 돈을 벌고 서울로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는 군인들의 총칼 앞에 선 대학생들과 함께 그곳에 있었습니다. "나는 서울에서 왔다니까요! 나는 빨갱이도 아니고, 시위도 안 해요!", "조용히 해, 이놈아!" 그가 아무리 외쳐도, 군인들은 그를 광주의 시민들과 똑같이 취급했습니다. 그때, 김만섭은 깨달았습니다. "나는 단순한 방관자가 아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이상 나는 그들과 다를 게 없다." 그는 지금까지 외면했던 현실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광주에서 벌어지는 일은 단순한 ‘다른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엄연한 진실이었습니다. 김만섭은 황기사(유해진)와 함께 택시에 앉아 잠시 쉬면서, 처음으로 광주 시민들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광주 어느 골목의 작은 찻집에서 대화가 이어지게 됩니다. "아저씨, 대체 왜 이렇게까지 싸우는 거예요?", "우리도 싸우고 싶어서 싸우는 게 아니에요.", "우리는 그저, 맞고만 살 수는 없으니까요." 한 대학생이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그의 얼굴은 멍들었고, 옷에는 피가 묻어 있었습니다. 광주 시민들은 처음부터 폭력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단지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더 이상 억압당하지 않기 위해 싸웠던 것입니다. 김만섭은 처음으로 광주의 시민들을 단순한 시위대가 아닌, 자신의 이웃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로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밤이 깊어지고, 김만섭과 위르겐 기자는 도청 근처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때, 주변 시민들이 하나둘씩 ‘시민군’이 되어 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교사였던 사람이 총을 들고, 식당 주인이 계엄군을 막기 위해 나섰습니다. 대학생들은 손에 돌과 몽둥이를 쥐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도청을 사수해야 해요.", "군인들이 계속 우리를 죽일 거잖아요." 김만섭은 또 한 번 충격을 받게 됩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결국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싸울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정부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부의 총칼에 맞서야 했던 비극적인 상황을 담겨 있습니다. 김만섭은 두려웠습니다. 이곳에 계속 있다가는 자신도 죽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황기사를 찾아갑니다. "나, 서울로 가야겠어요.", "기자도 데리고 갈 거고요." 황기사는 그를 바라보며 묻습니다. "정말 그렇게 할 거예요?", "당신이 본 걸,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고 살 수 있겠어요?" 김만섭은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자신이 도망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습니다. 그가 본 광주의 참혹한 현실을 외면하고 떠날 것인가, 아니면 남아 도울 것인가? 김만섭은 결국 기자와 함께 차를 몰아 광주를 빠져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가 마지막으로 본 광주의 풍경은 거리에 쓰러진 시민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순간, 그는 결심했습니다. "안 되겠다, 다시 가야겠다." 그는 차를 돌려 다시 광주로 향했습니다. 김만섭은 결국 도망치기를 포기합니다. 그는 단순한 ‘목격자’가 아니라,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사람이 되기로 결정합니다. 위르겐 기자는 광주의 참혹한 실상을 모두 촬영하였습니다. 이제 문제는 이 영상을 무사히 서울로 가져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군인들이 이미 길목을 막고 있었습니다. "모든 길을 통제하라!", "어떡하지, 막혔어!" 김만섭은 황기사를 비롯한 다른 택시기사들의 도움을 받아, 군인들의 눈을 피해 서울로 가는 길을 찾습니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차를 몰았습니다. "무조건 서울까지 가야 돼!", "멈추지 마! 가자!" 마침내, 그들은 서울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리고, 위르겐 기자는 이 영상을 세계에 공개하며 광주의 진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광주의 참상이 국내에서는 철저히 통제되었지만, 해외 언론을 통해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진실은 아무리 가려도 밝혀진다."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광주를 떠난 후, 김만섭의 변화와 영화가 주는 메시지

서울, 1980년 5월 21일, 김만섭은 어렵게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광주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광주에 남아 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는 단순한 가장이자 돈을 벌기 위해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는 너무 많은 것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아빠, 어디 갔다 왔어요?", "…그냥, 일하러 다녀왔어." 그는 딸을 안고, 깊은 한숨을 내쉽니다. 서울은 광주와는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거리는 평온했고, 사람들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마치 광주에서 벌어진 일들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김만섭이 본 진실과, 서울 사람들이 모르는 현실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이제 더이상 과거의 김만섭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역사의 목격자가 되었습니다. TV 뉴스에서 "광주 지역에서 일부 불순 세력이 소란을 일으켰으나, 현재 질서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라는 보도가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습니다. "뭐? 안정적으로?" 김만섭은 황급히 채널을 돌려 보았습니다. 그러나 어느 방송에서도 광주에서 벌어진 참극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는 벽에 기대어 앉아 담배를 꺼내 뭅니다. "그들은 아직도 싸우고 있을 텐데…" 서울 사람들은 광주에서 일어난 일을 모르고 있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문득, 광주에서 만난 대학생이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서울 사람들은 우리가 이렇게 죽어가는 걸 알고 있을까요?", "……" 김만섭은 생각하게 됩니다. "만약,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이 일은 영원히 묻히겠지." 그러나 그는 일반 시민일 뿐이었습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수년 후, 김만섭은 한 카세트 테이프를 얻게 됩니다. "이거 들어봤어요?", "뭔데?", "광주에서 몰래 녹음된 거래." 그 테이프에는 광주 시민들이 군인들에게 맞고, 도청에서 마지막까지 버티며 싸웠던 사람들의 절규가 담겨 있었습니다. "우리는 광주 시민이다! 끝까지 싸울 것이다!", "아저씨, 도와주세요! 아저씨!", "……" 그는 택시 운전대를 잡은 채, 손을 꼭 쥐었습니다. 그날의 기억이 또렷하게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때, 나는 도망쳤다. 하지만 나는 광주를 잊을 수 없다' 김만섭은 물리적으로는 광주를 떠났지만, 그의 마음속에서는 광주를 지울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 장면은 우리가 역사적 사건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를 묻게 됩니다. 1980년대 후반, 김만섭은 우연히 외국 뉴스에서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의 이름을 듣게 됩니다. 그는 광주에서 촬영한 영상을 해외 언론에 보도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김만섭은 여전히 택시를 운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예전의 김만섭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가끔 손님을 태우면서 광주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광주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광주요?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어요?", "……"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그날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그는 오늘도 도로 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여전히 광주에 머물러 있습니다. 택시운전사는 평범한 시민도 역사의 증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김만섭은 단순한 택시기사였지만 그는 그날의 진실을 목격한 목격자였습니다. 그는 광주에서 벌어진 참극을 두 눈으로 보았고, 그 기억은 평생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날의 광주를 기억해야 합니다. 김만섭처럼, 역사의 목격자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깊은 여운으로 남게하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