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부모를 고소합니다” ― 《가버나움》 리뷰
“아이 하나가 세상을 고소한다.”
《가버나움》은 가난과 무관심 속에 태어난 한 아이가, 세상을 향해 던지는 절규입니다. 영화는 가상의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실제 레바논 빈민가 출신 아이들을 출연시켜 만들어진 거의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리얼리즘으로 완성됐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영화를 본 것이 아니라, 현실을 목격한 것 같은 충격을 받게 됩니다.
📖 줄거리 요약 (스포일러 없음)
레바논 베이루트의 빈민가. 출생신고조차 되어 있지 않은 소년 ‘자인’은 부모의 무책임 속에서 방치된 삶을 살고 있다. 어느 날, 그는 자신보다 어린 여동생이 강제 결혼을 당하자 가출하고, 거리에서 만난 난민 여성과 아기 ‘요나스’와 함께 살아간다. 하지만 결국 그는 감옥에 갇히고, 세상을 향해 소송을 제기한다. 그 소송의 대상은 바로… 그의 ‘부모’다.
🎬 나딘 라바키의 연출 철학
나딘 라바키 감독은 이 영화를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사이에 위치한 영화라고 말합니다. 실제 난민, 거리의 아이들, 신분 미등록자들을 배우로 기용했고, 대사는 대부분 즉흥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영화는 연기된 것이 아니라, 살아졌습니다.
🧠 핵심 주제들
- 아이의 권리: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
- 가난과 무책임: 부모도, 정부도, 사회도 이 아이를 책임지지 않는다
- 난민의 현실: 국적도, 보호도 없는 삶의 무게
- 사회 시스템의 결핍: 출생 신고조차 되지 않은 수많은 ‘존재들’
✨ 감상 포인트
- 자인 알 라피아의 눈빛 ― 실제 난민 출신 소년의 절절한 존재감
- 카메라의 위치 ― 아이의 눈높이에서 보는 세상의 폭력
- 도심 풍경의 잿빛 색감 ― 아름답지만 냉정한 세상
- 침묵의 사용 ― 대사보다 더 깊은 울림
💔 결론: 고소장이 아니라, 외침이다
《가버나움》은 한 아이가 세상을 고소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사실은, 이 영화는 우리가 이 세상에 얼마나 무심했는지를 ‘증거’로 제출하는 작품입니다.
영화가 끝나고도 질문은 남습니다. 우리는 과연 이 아이의 외침을 듣고 있는가? 아니, 우리는 과연 그를 태어나게 만든 세계의 일부가 아닌가?
《가버나움》은 영화가 아니라 현실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현실의 ‘피고’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