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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19곰 테드 (Ted, 2012) -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60위 욕하고, 마시고, 껴안고... 이게 바로 테드! - 《Ted》 리뷰1. 동화가 아니다. 이건 *19금* 판타지다!“어릴 때 소원이 이뤄져 살아 있는 곰 인형이 생겼어요.” 이 한 줄만 보면 누가 봐도 디즈니 픽사의 신작 같지만, 이 영화의 시작부터 *웬일인지 분위기가 음침합니다.* 바로 내레이터가 말하죠. “이건 동화가 아니라 39살 백수의 이야기라고요.”《테드》는 세상에서 가장 무례한 곰 인형과 어른이 되지 못한 남자 존의 기묘한 동거 생활을 담은 코미디 영화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곰이 맥주 마시고 대마초 피우고, 여자와 하룻밤 보내는 걸 좋아한다는 거죠. 귀여운 외모에 속으면 안 됩니다. 입만 열면 욕설이 난무하는 19금 판타지입니다.2. 세스 맥팔레인의 진짜 '자아'가 테드다이 영화의 감독이자 .. 2025. 5. 19.
[🎬영화 리뷰] 와시푸르의 갱들 (Gangs of Wasseypur, 2012) -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59위 피와 유머, 복수의 대서사시 — 《와시푸르의 갱들》 리뷰1. 장르를 찢고 나온 인도식 갱스터 오페라《와시푸르의 갱들》은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닙니다. 70년에 걸친 가족 간의 피의 복수극, 정치와 범죄의 결탁, 사운드트랙의 묘미, 그리고 블랙 코미디까지 모두 껴안은 괴물 같은 작품입니다. 감독 아누락 카시압은 이 영화를 통해 인도 범죄 영화의 경계를 확장시키는 데 성공합니다.인도 비하르주의 실존 마피아와 석탄 마피아 간의 분쟁을 바탕으로, 이 영화는 실제 사건을 거의 서사시처럼 극화합니다. 무려 5시간 2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두 편에 걸쳐 펼쳐지며, 넓은 스펙트럼의 캐릭터들이 차례차례 등장하고 퇴장합니다.2. 비극과 유머가 공존하는 세계이 영화의 독특함은 피의 복수극 속에서도 농담이 흐른다는 것입니다.. 2025. 5. 19.
[🎬영화 리뷰] 폭풍의 언덕 (Wuthering Heights,2011) -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58위 거칠고 날 것의 멜로 — 《폭풍의 언덕 (2011)》 리뷰1. 고전의 새로운 얼굴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은 셀 수 없이 많은 영화로 재해석되었지만, 안드레아 아놀드의 2011년 작품은 그중에서도 가장 파격적이고 감각적인 재구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감독은 이 작품을 단순한 멜로 드라마로 다루지 않고, 자연, 계급, 피부색, 야성이라는 키워드로 다시 써내려갑니다.익숙한 고전을 낯설게 만드는 그녀의 방식은 단순히 이야기의 전개에 있지 않습니다. 바로 화면의 촉감, 빛의 질감, 침묵의 무게에 영화의 핵심을 담아냅니다.2. 흙과 피, 바람으로 말하는 사랑안드레아 아놀드는 이 영화에서 세련된 대사나 고전적 낭만주의를 철저히 배제합니다. 카메라는 히스클리프의 시점에 밀착하며, 거친 자연과 인간의 본능을.. 2025. 5. 18.
[🎬영화 리뷰] 흔적없는 삶 (Leave No Trace,2018) -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57위 자연 속으로 숨은 마음들 — 《흔적없는 삶》 리뷰1. 문명에서 벗어난 사람들데보라 그래닉 감독의 《흔적없는 삶 (Leave No Trace, 2018)》은 소리 없이 우리 곁에 존재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미국 오리건 숲속에서 살아가는 아버지 윌과 딸 톰의 삶을 따라갑니다. 그들은 사회와 동떨어진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고통, 선택, 사랑, 자율성이라는 보편적인 감정들이 조용히 숨 쉬고 있습니다.감독은 사회 밖의 존재를 보여주지만, 그것이 단순한 도피나 방랑이 아님을 분명히 합니다. 오히려 이들의 삶은 정상과 비정상, 적응과 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2. 침묵으로 말하는 영화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정적입니다. 감독은 대사보다 풍경과 시선, 행동을.. 2025. 5. 18.
[🎬영화 리뷰] 쇼를 사랑한 남자 (Behind the Candelabra,2013) -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56위 화려한 무대 뒤, 사랑과 상처의 진실 ― 《쇼를 사랑한 남자》 리뷰1. 진짜 이야기를 하기 위한 가면극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쇼를 사랑한 남자 (Behind the Candelabra)》는 전기 영화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본질은 더 깊은 곳을 파고듭니다. 이 작품은 화려한 쇼맨이자 피아노의 마법사로 불렸던 리버라치의 삶과, 그의 연인이었던 스콧 손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단순히 사랑의 드라마가 아니라, 정체성과 자기부정, 예술과 외면, 그리고 감정의 소멸에 대한 성찰입니다.2. 과장된 장식과 진짜 얼굴 사이리버라치는 무대 위에서 언제나 찬란했습니다. 휘황찬란한 의상, 촛대 위를 연상시키는 피아노, 그리고 우아한 손짓까지 ― 그는 철저히 계산된 예술의 정.. 2025. 5. 17.
[🎬영화 리뷰] 러시아 방주 ((Russian Ark,2002) -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55위 시간을 걷는 하나의 숨결 – 알렉산드르 소쿠로프의 《러시아 방주》1. 영화인가, 꿈인가 – 단 한 번의 숨결로 완성된 96분《러시아 방주(Russian Ark)》는 영화 역사상 가장 대담한 형식 실험 중 하나로 기억됩니다. 이 영화는 2002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미술관 안에서 단 한 번의 롱테이크로 96분간 촬영되었습니다. 끊김 없이 이어지는 이 유영은 시간의 흐름, 기억의 혼란, 역사적 회귀를 마치 무의식처럼 체험하게 만듭니다. 알렉산드르 소쿠로프 감독은 카메라를 단순한 기록 장비가 아닌 ‘기억의 선율’로 바꾸어놓았습니다.2. 방주(Ark) 속을 거니는 자, 그리고 안내자이 영화의 화자는 죽음에서 깨어난 듯한 자의 시선으로, 러시아의 역사를 마주합니다. 그리고 이 미지의 화자와 함께 미술관.. 2025.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