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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아노말리사 (Anomalisa, 2014)-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31위 아노말리사: 같은 목소리 속 유일한 존재1. 프롤로그: 인간이라는 스톱모션《아노말리사》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인간의 감정과 존재의 쓸쓸함을 이토록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은 드뭅니다. 찰리 카우프만의 시나리오가 가진 실존적 무게와 듀크 존슨의 연출력이 결합되어, 이 영화는 *살아있는 인형들이 보여주는 더 인간적인 이야기*가 됩니다.2. 모두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세계주인공 마이클 스톤은 고객 응대를 주제로 한 유명한 작가이자 연설가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고, 모두가 같은 얼굴과 같은 목소리로 들리는 일상에 질려버린 상태입니다. 이는 명백한 카우프만식 세계관의 확장으로, 세상은 점점 단조롭고 기계화되어가며, 인간은 고립된 존재가 되.. 2025. 5. 10.
[🎬영화 리뷰] 리바이어던 (Левиафан : Leviathan, 2014)-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30위 리바이어던: 무너진 정의 위에 세워진 신화1. 프롤로그: 리바이어던의 눈 앞에서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의 《리바이어던》은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러시아 현실을 압축한 거대한 알레고리입니다. ‘리바이어던’은 성서에 나오는 바다의 괴물이며, 토머스 홉스에게는 국가의 절대 권력을 의미하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는 그 리바이어던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고 나약한 존재인지를 직시합니다.2. 러시아의 바다, 폐허의 땅영화는 러시아 북서부의 작은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합니다. 찬란했던 소련의 과거는 폐허로 남았고, 사람들은 무관심과 무기력 속에서 살아갑니다. 이곳의 풍경은 아름답지만, 그 안에 숨겨진 권력의 냉혹함은 시리도록 차갑습니다. 카메라는 마치 신의 시선처럼 인간과 풍경을 거리 두며 바라봅니다.3. 권력과 .. 2025. 5. 10.
[🎬영화 리뷰] 네브레스카 (Nebraska, 2013)-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29위 네브래스카: 침묵 속에서 피어나는 가족의 진심1. 프롤로그: 잃어버린 시간과의 동행알렉산더 페인의 《네브래스카》는 조용하고, 느리며, 무엇보다 정직한 영화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거금의 복권에 당첨됐다고 믿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위해 고향 네브래스카까지 여행을 함께하는 아들의 이야기. 표면적으로는 유쾌한 로드무비 같지만, 실상은 사라져가는 것들과의 작별에 대한 고요한 명상입니다.2. 부자(父子)의 도로 위 침묵영화의 핵심은 단연 부자 관계입니다. 데이빗은 기억력도 흐려지고 고집만 남은 아버지 우드를 말리려 하지만, 결국 아버지를 이해하려는 길 위에 올라탑니다. 여행은 대화를 나누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 시간을 견디기 위한 것입니다. 영화는 말보다는 시선과 공간, 침묵으로 마음의 거리를 서서히 좁.. 2025. 5. 9.
[🎬영화 리뷰] 겟 아웃 (Get Out, 2017)-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25위 겟 아웃: 공포라는 장르로 인종주의를 해부하다1. 프롤로그: 무서움의 얼굴이 바뀌었다《겟 아웃》이 처음 개봉했을 때, 많은 관객은 익숙한 공포를 기대했을지도 모릅니다. 낯선 공간, 수상한 가족, 음산한 분위기. 하지만 영화는 이 모든 전형적인 장르 장치를 완전히 새로운 불편함으로 전환시킵니다. 그 공포의 핵심은 바로 ‘친절한 백인’이라는 괴물입니다. 조던 필은 이 영화를 통해 공포 장르가 사회적 메시지를 얼마나 강력하게 품을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2. 인종과 공포 – ‘겟 아웃’이라는 새 장르의 탄생이 작품은 단순한 인종 스릴러가 아니라, 공포 장르 안에서 인종 문제를 구조화한 영화입니다. 크리스가 백인 여자친구 로즈의 집에 초대받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백인 리버럴 계층이 내포한 위선을.. 2025. 5. 9.
[🎬영화 리뷰] 보랏: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 (Borat: Cultural Learnings of America for Make Benefit Glorious Nation of Kazakhstan, 2006)-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23위 보랏: 혐오와 웃음 사이, 한 편의 사회 실험1. 들어가며: 이게 정말 영화인가?2006년, 전 세계는 ‘보랏’이라는 정체불명의 카자흐스탄 기자에 충격을 받습니다. 사차 바론 코헨이 만들어낸 이 인물은 성차별, 인종차별, 동성애 혐오를 거리낌 없이 뱉어내며 미국 전역을 여행합니다. 그런데 문제는—아니, 진짜 핵심은—그가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진짜라는 데 있습니다. 《보랏》은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린 극영화이자, 동시에 극영화의 포장을 쓴 사회실험 다큐이기도 합니다. 도대체 이 작품은 어디까지가 연출이고, 어디서부터가 진실일까요?2. 인물: ‘보랏’이라는 문화적 괴물 만들기사차 바론 코헨은 ‘보랏’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미국 사회의 혐오와 편견을 조명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나쁜 사람 놀리기"가 아닙니다. .. 2025. 5. 8.
[🎬영화 리뷰] 로마 (Roma, 2018)-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20위 1. 서론: 기억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로마》는 감독 알폰소 쿠아론의 유년 시절을 기반으로 한 자전적 영화로, 멕시코시티 로마 지역에서 가정부로 일하던 여성 ‘클레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기억의 재현입니다. 단순히 개인의 회상을 넘어서, 영화는 1970년대 멕시코 사회의 계급 구조, 정치적 불안, 가족의 붕괴를 배경으로 한 정서적이고도 사회적인 풍경을 정교하게 직조합니다. 쿠아론은 “로마는 내 인생에서 가장 개인적인 영화”라고 말했지만, 동시에 그것은 수많은 클레오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2. 본론2.1 흑백의 시선, 거리두는 카메라《로마》는 흑백 촬영과 광각의 고정 카메라라는 형식을 통해 관객에게 한 발짝 떨어져 영화를 바라보게 합니다. 인물의 감정에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슬픔과 고요함을 깊.. 2025. 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