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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화염의 바다 (Fuocoammare, Fire at sea, 2016) -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53위 침묵 속에서 울리는 비극의 메아리 – 《화염의 바다》 리뷰1. 바다 건너온 절박함, 그리고 일상의 고요함《화염의 바다(Fire at Sea)》는 이탈리아 남부의 작은 섬, 람페두사에서 벌어지는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두 개의 현실을 담아냅니다. 한쪽은 낚시, 학교, 가족의 일상을 살아가는 소년 ‘사무엘레’의 세계이고, 다른 한쪽은 유럽을 향해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는 난민들의 현실입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잔프란코 로시 감독은 어떤 해설이나 자막 없이, 관객이 직접 이 두 세계를 마주하도록 연출합니다. 그 침묵은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2. 현실은 뉴스보다 조용하게 다가온다매일같이 난민 구조 작업에 나서는 해안경비대와 의사, 그리고 끊임없이 수용소에 도착하는 사람들. 하지만 영화.. 2025. 5. 16.
[🎬영화 리뷰] 아모레스 페로스 (Amores Perros, 2000) -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52위 사랑은 때때로 잔인하다 – 《아모레스 페로스》 리뷰1. 충돌에서 피어나는 이야기《아모레스 페로스》는 한 순간의 교통사고에서 파생된 세 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이냐리투 감독은 장면 하나하나를 통해 멕시코 시티의 불안정한 사회와 인간 내면의 복잡한 감정을 생생하게 풀어냅니다. 영화는 세 개의 이야기를 각각 분리하지 않고, 서로 교차하며 상호작용하게 만들어 운명적 연결성과 우연의 폭력성을 강조합니다.2. 개들이 본 인간의 사랑영화의 제목 "Amores Perros"는 직역하면 "개 같은 사랑들"이라는 의미로, 사랑의 본능적이고도 파괴적인 면을 날카롭게 조명합니다. 특히, 개는 영화 전반에서 상징적인 존재로 등장합니다. 강아지들을 통한 싸움, 애정, 복수의 연결은 인간 세계의 폭력.. 2025. 5. 16.
[🎬영화 리뷰] 24시간 파티를 하는 사람들 (24 Hour Party People, 2002) -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49위 혼돈과 창조의 미학 – 《24시간 파티를 하는 사람들》 리뷰1. 누가 이 이야기를 믿겠는가?《24시간 파티를 하는 사람들》은 단순한 음악 전기 영화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맨체스터 음악 신(Scene)의 전설, 팩토리 레코드와 그 중심에 있던 토니 윌슨을 통해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영국 대중문화의 폭발을 자유분방하게 기록합니다. 하지만 마이클 윈터보텀 감독은 “기록”이 아닌 “해체”를 택합니다. 이 영화는 신화와 사실, 픽션과 다큐멘터리, 그리고 환각과 현실 사이를 끊임없이 넘나듭니다.2. 네 번째 벽을 깨부수는 주인공주인공 토니 윌슨(스티브 쿠건 분)은 카메라를 향해 말하며 끊임없이 관객과 소통합니다. 그는 자신이 보고 있는 이야기조차 믿을 수 없다는 듯 설명하고 반박하며, 마치 .. 2025. 5. 15.
[🎬영화 리뷰] 하우스 오브 미르스 (The House of Mirth, 2000) -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48위 빛과 그림자 속에 스러진 우아함 – 《하우스 오브 미르스》 리뷰1. 테렌스 데이비스, 침묵의 연출자《하우스 오브 미르스》는 테렌스 데이비스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이 빛을 발하는 작품입니다. 소설 원작자 에디스 워튼의 냉정하고도 우아한 문체를 영화적 미장센으로 고스란히 옮긴 이 영화는, 20세기 초 미국 상류사회의 위선과 여성의 운명을 치밀하게 묘사합니다. 데이비스는 대사보다 눈빛과 공간, 침묵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감독이며, 이 영화는 그러한 그의 미학이 가장 정제된 형태로 드러난 예라 할 수 있습니다.2. 릴리 바트, 아름다움의 역설주인공 릴리 바트는 뉴욕 사교계에서 누구보다 눈부신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은 축복이 아닌, 사회적 거래의 도구로 인식됩니다. 그녀는 자신의 가치를 결혼 시장에서.. 2025. 5. 15.
[🎬영화 리뷰] 귀향 (Volver, 2006) -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46위 죽음 너머의 귀향 — 알모도바르의 《Volver》 리뷰1. 돌아온 자들의 이야기《귀향 (Volver)》은 제목 그대로 '돌아오는' 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죽은 어머니가 살아 돌아오고, 숨겨진 과거가 다시 떠오르며, 묻어두었던 진실이 다시 현재로 스며듭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특유의 색채감과 여성 중심 서사를 통해, 죽음과 삶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들며, '귀향'이라는 개념을 단순한 물리적 이동이 아닌, 감정과 기억, 용서의 여정으로 확장시킵니다.2. 여성의 이야기, 여성의 연대영화의 중심에는 라이문다(페넬로페 크루즈)가 있습니다. 그녀는 단순히 강인한 여성이 아니라, 고통과 비밀을 짊어진 채 사랑과 용서로 모든 것을 회복하려는 존재입니다. 영화 속 여성들은 희생자이자 생존자이며, 서로의 고통을 공유하.. 2025. 5. 14.
[🎬영화 리뷰] 미국 수정헌법 제13조 (13th, 2016) - 더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45위 미국 헌법의 그림자 속에서 - 《13th》 리뷰1. 문제의 시작, 숫자가 증명하는 현실"세계 인구의 5%를 가진 미국이 세계 수감자의 25%를 수용하고 있다." 영화는 이 충격적인 수치로 시작하여 관객을 붙잡습니다. 에바 두버네이 감독은 단순한 수치 너머에 숨겨진 진실을 탐구합니다. 바로 미국 수정헌법 제13조에 숨어 있는 모순된 문장 하나: "노예제와 강제노역은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금지된다." 이 '예외' 조항은 흑인에 대한 체계적인 억압의 문을 다시 열어젖혔고, 영화는 그 문 안에서 벌어진 모든 정치적, 경제적, 인종적 비극을 따라갑니다.2.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노예제의 변주《13th》는 노예 해방 이후 곧바로 등장한 '범죄화 전략'에 주목합니다. 재건 시대 이후, 남부의.. 2025. 5. 14.